무너지는 안보, 반복되는 역사
역사는 스스로를 지킬 의지도, 체제에 대한 철학도 없는 나라가 맞이한 결말을 똑똑히 기록하고 있다. 임진왜란 직전, 안일한 평화론에 눈이 멀어 전란의 징후를 외면했던 조선 조정의 우를 오늘날 다시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평화’라는 허울 좋은 수식어 아래 안보의 기둥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실용 외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중국의 눈치를 보는 태도는 가치와 체제를 공유하지 않는 세력에게 주권의 여백을 내어주는 무장해제와 다름없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티베트가 어떻게 흡수되었는지 똑똑히 목도하고서도 상호주의조차 적용되지 않는 지방선거 투표권을 중국 영주권자에게 내어주는 모순을 방치하고 있다.
실질적인 안보 및 자산 침투는 이미 국토와 주거 현장 구석구석에서 구체적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 내 외국인 소유 토지는 2,191만㎡를 넘어서며 섬 전체 면적의 1.18%를 차지한다. 이 중 40%가 넘는 1,000만㎡ 가까운 토지가 중국인 소유다. 마라도 면적의 수십 배에 달하는 제주 땅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동안, 국방이나 안보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주요 지역조차 제대로 된 제약 없이 외세의 손에 맡겨졌다.
주택 시장의 자산 침투는 더욱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의 2025년 말 통계 기준, 전국 외국인 소유 주택 10만 8,000여 가구 중 무려 56.8%를 중국 국적자가 차지하며 과반을 독점하고 있다. 이들의 매입세는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자본과 인력을 동원해 영토와 실생활 주거 자산을 공격적으로 잠식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와 국익을 운운하는 것은 한가한 기만에 가깝다.
심지어 최근에는 주한미군 기지 일대를 촬영하고 도청하며 핵심 안보 정보를 본국으로 넘긴 중국인 2명이 체포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졌다. 국가의 핵심 안보 현장이 중국 간첩의 놀이터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중국 간첩의 스파이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간첩들이 대한민국 땅에서 아무런 법적 제약 없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무방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외교·안보 라인의 무분별한 비밀 발설과 정보 관리 실패는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신뢰에 치명적인 균열을 냈다. 최고 수준의 대북 핵심 정보 공유가 제한되는 초유의 안보 공백을 자초하고서도 이를 '관리 가능한 사안'으로 포장하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눈속임일 뿐이다. 동맹의 신뢰와 안보 우산을 무너뜨리면서 얻어낸 '실용'이란 과연 누구를 위한 실용인가.
더욱 참담한 것은 나라를 지키는 군의 뿌리가 내부에서부터 와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안보의 허리인 초급·중견 간부들이 열악한 처우와 사기 저하를 견디지 못해 군을 떠나고 있다. 간부 지원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기에 안보 울타리 역할을 하던 방첩사마저 무력화되면서 간첩과 안보 위협 세력을 적발하는 기능은 크게 후퇴했다. 한미연합방위태세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탁상공론식 지표 몇 개로 '첨단 자주국방'을 운운하는 것은 허황된 말에 불과하다. 아무리 첨단 무기 체계가 존재한들, 이를 운용할 사람과 방첩망, 단단한 안보관이 빠져나간 자리는 결국 텅 빈 껍데기일 뿐이다.
안보는 타협이나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가치 외교의 기본을 저버린 유화책과 허울뿐인 평화론은 국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길로 몰아넣을 뿐이다. 국가 주권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영토·주택 자산의 잠식과 구멍 뚫린 정보망, 법적 미비와 군의 무력화를 방치한다면,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역사 속 패망의 기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달콤한 환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과 강력한 안보적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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